매년 명절만 되면 고향떠나는 귀성객이 많아 서울은 텅 빈거리가 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동대문과 가까운 곳이라서 서울에서 차량정체가 가장 심한 곳입니다.
어제가 추석이건만 아직도 저의 동네 대로에는 평소에는 거북이 걸음이더니, 이따끔 지나가는 차량이 빠른속도로 질주를 하네요.
매년 닥아오는 명절이 되면 저는 고향 잃어버린 철새가 됩니다.
분명 고향이 있으나, 고향을 잃어버렸습니다.
저의 시댁은 고향이 전라남도 나주인데, 50년전에 서울로 올라 오셔서 정착을 하셨기에 고향에는 선산만 덩그라이 남아있을뿐 가까운 친척이 없어서 명절이 되면 지방 내려 갈일이 없습니다.
저의 시댁은 형제가 6남매인데, 장남과 차남은 외국에 거주하시고 둘째누님은 돌아가셨고 큰시누이와 막내시누이도 외국으로 이민가시고 우리식구만 달랑 한국에 남아있습니다.
어제아침 어머님차례상을 차려놓고 절을 하려다 상위에 올려진 어머님초상화를 보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눈물이 흐르네요.
16살에 시집 오셔서 80평생을 사시면서 6남매를 두셨는데, 큰아들과 둘째아들은 남이 부러울정도로 출세한 자식이였고, 자식중에 제일 못난 막내아들만이 어머님 차례상을 지킵니다.
당신자식 6남매 카우실때는 모든자식에게 정성을 드리셨을텐데, 생전 얼굴도 모르는 막내며느리가 차린 차례상에 막내아들의 술잔만 받으시다니..
아버님 살아 생전에는 외국에 거주하시던 형님네 가족들이 명절쇠러 귀국하셨는데, 아버님 돌아나가시고 나서 몇년간은 한국에 오시지 않으셔도 전화라도 주셨는데, 올해는 전화 한통이 없네요.
저의 시댁은 아들 셋 딸 셋인데 저의 신랑은 아버님께서 쉰둘에 낳은 늦둥이라서 큰아주버님과 나이차이가 무려 28살이 납니다.
지난 6월 여든이 다 되신 큰아주버님께서 잠시 한국에 귀국하셔서 "애기제수씨 지금까지 혼자서 어머니제사와 명절차례 모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이제 저도 몸이 좋지않아 한국에 오지 못할 것 같으니 어머님제사 제가 미국으로 모셔가겠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어머님제사는 계속 지내겠습니다"
아주버님께 어머님제사까지 드리면 마지막 남은 시댁의 흔적이 영 사라질 것 같아서 끝내 난 어머님제사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제 나도 나이를 먹었는지, 추석날 늦잠 자는 아들을 깨워 차례상 차리는데 참여를 시키고 명절음식 만들때에 딸에게 음식 만드는 방법을 하나씩 가르쳤지만 건성으로 듣네요.
그래도, 내가 이렇게 어머님제사에 집착하는 것은 내 자식에게 물려 줄 집안흔적이 사라질 것 같아 힘들지만 제 나름대로 정성드려 차례를 모십니다.
며칠동안 추석명절 차례상준비 하느라 부산 떨었는데, 막상 차례상을 차려놓를 지내고 나니 마음이 허전해집니다.
아들과 딸은 차례가 끝나자 말자 친구와 약속있다고 외출하고나니 집안은 텅비었습니다
명절이 되면 저마다 부모, 형제 만난다고 들떠들 있지만, 저의 집은 텅 비어버린 서울의 도로와 함께 제 마음까지 고향잃은 철새가 되었습니다.
남들은 명절에 북쩍이는 시댁식구들이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데, 명절이라면 길 떠난 식구들 모여서 옹기종기 나누는 정 나누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개인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남극의 빙산 (0) | 2007.09.26 |
---|---|
[스크랩] "미군 저격수들 '미끼' 놓고 이라크인 사살"<英언론> (0) | 2007.09.26 |
[스크랩] "5대 범죄, 발생은 늘고 검거는 줄어" (0) | 2007.09.24 |
[스크랩] '성매매 유혹'에 빠진 중국, 그리고 한국인 (0) | 2007.09.24 |
[스크랩] ‘거리에서 보내는 한가위’ 비정규직의 한숨 (0) | 2007.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