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 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 놓았기 때문이다.
누구의 시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이 대목이
대못 만큼 강하게 다가섰기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 친정 쪽으로 육촌이 되는 어떤 부부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두 아들을 낳고 이 세상 부러운 줄 모르고 살아가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유난히 총명하고 잘 생긴 아이들인지라 그 부부에게 자식은
어깨 뻐근할 만큼 자랑거리였답니다.
큰 아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물놀이 갔던 아이가 강 밑바닥으로 가라 앉아버렸습니다.
한 시간이나 지나서야 큰 아들을 찾았지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을 부부의 슬픔은 미루어 짐작할 만 하지요.
그 슬픔을 견디지 못 해서 날마다 가슴을 쥐어 뜯던 그 광경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리고 이태도 지나지 않아서 둘째 아들이 트럭에 치었습니다.
둘째 역시 부모를 남겨두고 제 형이 있는 곳으로 떠나 버렸지요.
부모는 물론 친척들, 이웃들까지
연이어 닥친 모진 불행 앞에 할 말을 잃어 버렸더랍니다.
몇 날 며칠인지 부부가 넋을 잃고 몸부림치던 걸 기억합니다.
남편은 술로 세월을 보냈고 아내는 죽을 생각만도 수 십번 했다고 합니다.
이런 일도 있을까요. 청천벽력이 따로 없지요.
우리 가족 역시 친척인 그 집에 닥친 엄청난 불행에
어떻게 그들을 도울 수 있을지 어쩔 줄 몰라 했었지요.
그리고 십 수년이 지난 지금.
그 부부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에 아이들을 열심히 낳은거냐구요?
부부는 둘째 아들이 죽고 1년이 지나
어린 아이를 하나 입양했답니다.
아이를 데려 오고도 죽은 두 아들이 어른거려서 아이를 똑바로 쳐다 볼 수도 없었더랍니다.
젖 달라고 울어대는 아기를 안을 수 조차 없어서 서로 미룰 정도였답니다.
그러다가 자기들 품 안에서 고물대며 우유병을 빠는 아기와 눈을 맞추고
키워가는 사이 어느새 정이 들었더랍니다.
그리고 차츰 자기가 낳은 자식만 자식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래요.
부모를 잃은 아기들의 처지가
자식을 잃은 자신들의 처지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하나만 더 데려다 키워주자,,,하나만 더,,하다 보니
어느 사이 자기들이 다섯 아이의 엄마 아빠가 되어 있더랍니다.
아이들로 인해 얼마나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는지도 깨닫게 되었더랍니다.
그렇다 해도 여전히 잃어버린 두 아들이 생각나서 눈물이 난다는 그 부모.
자기들은 그 대못을 뽑아낼 수는 없을거라 말합니다.
그것은 떠난 아이들을 잊는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랍니다.
그러나............
....Turn your scar into a star........
....상처(scar)를 별(star)이 되게 하라.........
그 부부는 자기들의 상처를 상처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비록 사랑하는 아들 둘을 다 잃어 버렸지만
슬픔 가운데서 낙심하지 않고
자기들 가슴에 박힌 대못 자리에
자기 생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찾아 걸어 두었습니다.
자기들의 상처만 들여다 보지 않고
자기들 처럼 상처 입은 아가들을 자녀로 삼아
사랑과 정성으로 기른거지요.
이제 그 아이들은 한결같이 사랑스럽게 잘 자라
부부의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입양한 다섯 아이 가운데
한 아이는 간질을 앓고 있는 아이이고
한 아이는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입니다.
두 아이들로 인해 힘들 때, 죽은 아들들을 생각하며 이런 모습으로라도
살아만 있다면 더 한 고생인들 힘들겠느냐며 서로 위로한다 합니다.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양육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두 개의 상처를
다섯 개의 빛나는 별로 바꾼 사람들..
언젠가 이 부부의 이야기를 방송사에서 취재하려 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부모가 자기 자식 키우는 당연한 이야기를 방송할 이유가 없다'며 단호히 거절했다더군요.
그렇기에 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상처받기 쉬운 나약한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존귀한 별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피가 철철 흐르는 자기의 상처를 들여다 보며 고통스러워 하는 이 시간
이 세상 어딘가에선
그 상처를 빛나는 별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도 가끔은 작은 바늘에 찔려 아얏! 외마디와 함께 엄살을 부립니다.
그러다가도
푸르게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에 그만 머쓱해 지고 맙니다.
Turn your scar into a star.
( 상처를 별이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