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니생각

자본주의라지만 이럴땐 기업공화국인 이땅이 싫다...

고동소라 2012. 1. 31. 01:49

 

"대기업 '문어발 공세'에…골목상권 다 죽어요"
 
영세업소 갈수록 폐점·업종 전환 늘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김수철(55)씨는 지난달 가게 문을 닫았다. '밥집은 안 망한다'는 속설을 믿고 3년 전 문을 연 식당의 매출은 해마다 곤두박질했고, 지난해부터는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견디질 못했다. 김씨는 "퇴직금을 털어 차린 식당이 애물단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대기업 외식 전문 프랜차이즈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려운 '사지(死地)'에 뛰어든 것이 잘못이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씨처럼 소규모 식당을 차렸다가 쓴맛을 보거나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치여 쓰러지는 동네슈퍼가 늘면서 '골목상권'이 초토화하고 있다. 동네 문구점·서점 등도 4곳 중 1곳이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영세식당 등 폐업 속출


30일 한국외식업중앙회에 따르면 최근 폐업하는 영세식당 수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2만9000여곳에서 2010년 4만7000여곳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만6615개가 점포를 접었으며 연간으로는 5만개 이상의 식당이 사라졌을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영업 진출 붐과 맞물려 창업점포 역시 2009년 2만9000여개, 2010년 5만6000여개, 2011년 상반기 2만8000여개 등으로 증가했지만 폐업 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음식점 수는 59만개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휴업하는 식당도 늘고 있다. 2009년 14만9000여개였던 휴업 식당은 2010년 25만1000여개로 증가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12만7172개를 기록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휴·폐업 점포가 늘어나는 것은 그만큼 장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며 "외식시장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 영세 식당 도산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SSM에 치인 동네슈퍼 문제로 가려져 있지만 동네 문구와 서점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9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내놓은 '유통·서비스 분야 중소기업 동반성장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문구, 서점 업계의 '폐업고려' 응답 비율은 각각 25.8%, 20.8%였다.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이들의 과반수(56.3%)는 2년 내에 폐업이나 업종전환을 시도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권 뒷북·땜질 처방

골목상권의 몰락은 대기업·중견기업들의 사업 확장과 무관치 않다.

재벌 닷컴에 따르면 삼성, LG 등 재벌가 외에도 삼천리와 귀뚜라미 등 많은 중견기업이 외식업에 진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천리는 계열사 에스엘엔씨(SL & C)를 통해 중식업 브랜드 '차이797'을 설립했다. 귀뚜라미그룹은 외식업체 닥터로빈을, 대성은 한식전문 계열사 '디큐브한식저잣거리'를 시작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자본력을 갖춘 기업 계열사와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중기중앙회 조사 결과 중소기업 86%는 대기업이 동종 업종에 진출한 뒤 매출이 감소했고, 매출 감소율은 평균 3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대기업들의 영토확장으로 경제력 집중이 심화하고 골목상권이 한계상황에 다다르자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뒷북·땜질' 처방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경우 대형마트로부터는 반발을 사고, 전통시장이나 동네슈퍼로부터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영세자영업자 살리기에 관심을 돌리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