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생각니생각

허울좋은 국가행정 싸구려같은 정치 마치줬다가 빼앗는 애들같은 이나라 맘이 아프다

고동소라 2012. 2. 2. 23:08

           어느 장애인의 꿈과 좌절

ㄱ씨(46) 형제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의 42.9㎡(13평형)짜리 임대아파트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동생 ㄴ씨(45)는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치료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다니고 각종 약도 복용해야 했다. 동생을 돌보는 일은 형의 몫이었다. 형제는 둘 다 미혼이었다.

ㄴ씨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생계급여·장애급여 명목으로 한 달에 60만원을 지원받고 있었다. 이 돈으로 매달 9만원씩 월세를 내고 난방비·식비 등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ㄱ씨는 동생 치료도 중요했지만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일용직으로 일을 나갔다.

핍박한 생활을 한 이들에게도 꿈이 있었다. ㄴ씨는 2010년 12월부터 경기 성남시에 있는 장애인사회복귀지원시설에 다녔다. 그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시설에는 자리가 없어 그나마 가까운 성남을 택했다고 한다. ㄴ씨는 이곳에서 독립된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함께 혼자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웠다. ㄴ씨는 이미 독립한 사람들의 성공 과정 등을 듣고 같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은 ㄴ씨에 대해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거동에는 큰 문제가 없었고 항상 즐거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ㄴ씨도 취업을 하고 자립을 하겠다는 의지를 갖기 시작했다.

ㄴ씨는 제빵·제과에 관심이 많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시설에서 소개해준 무료 교육기관을 찾아가 빵 만드는 법을 배웠다. 제과점을 차려 형과 함께 꾸려가는 게 꿈이었다. ㄴ씨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예금통장에 100여만원을 저축했다. 이어 지난해 12월1일부터 은평구에 있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나갔다. 본격적으로 제빵 기술을 익히면서 돈도 벌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먼 거리 때문에 힘들어했다. ㄴ씨는 2주간의 적응기간을 마친 뒤 3일을 일하고 이곳을 그만뒀다. 다시 집에서 지냈다. 여기서 꿈을 접어야 하는지 고민이 계속됐다. 형도 동생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원망스러웠다.

ㄱ씨 형제는 1일 오후 7시10분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3층 집에서는 형의 유서가 발견했다. "장애가 있는 동생을 보살피는 게 힘들어 하늘나라에 가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형은 최근 정신과적 이상 소견이 나타나 병원을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ㄱ씨가 장애가 있는 동생과 함께 살면서 부담을 느껴왔다는 가족들의 말로 미뤄 동생과 함께 13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부검을 의뢰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55년 만의 한파가 찾아온 2일, 형제가 함께 목숨을 끊은 현장 화단에는 이들의 것으로 보이는 반쯤 잘린 허리띠와 신발이 쌓인 눈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